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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 Story _ 개

뭉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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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7   admin   1,66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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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이는 첫째 아이와도 사이가 좋았고 둘째가 태어났을 때도 시샘 한 번 하지 않았던 마음 착한 아이였어요. 그런데 그렇게 떠나보낼 줄은….
사고의 충격으로 첫째 아이는 차도에 대한 공포심이 생기고, 신랑과 저는 두 달이 넘도록 벨이 생각으로 눈물 마를 날이 없었죠.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제 가슴에 큰 돌을 올려놓은 듯, 잊지 못할 아픔으로 간직하고 있어요. 우리의 부주의로 떠나보낸 죄책감에 다시는 강아지를 키우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과 함께요.

글+사진 한사라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유기견의 사연을 알게 되었어요. 벨이는 시추였는데, 유기견 보호센터에는 벨이와 같은 녀석들이 넘쳐나더라고요. 버려진 강아지 절반이 시추인 듯했어요. 얼마나 화가 나고 속상하던지, 며칠을 보고 또 보고 여기저기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참 많은 녀석을 본 것 같아요. 녀석들의 사연을 보다 보니 벨이 생각으로 굳어있던 마음이 점차 약해지고, 결국 신랑과 상의 끝에 유기견을 입양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우리 부부는 직접 유기견 보호센터로 갈 수 없었어요. 그 많은 아이를 직접 만나고 그중에서 단 한 녀석만 데리고 온다는 것이 신랑에게도 제게도 큰 아픔으로 남을 것이란 생각에 자신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인터넷 게시판에 있는 아이 중에서 데려오려고 했는데, 입양센터에서 원하는 지역조건과는 맞지 않아서 입양이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우연히 가입한 강사모 카페의 유기견 입양 게시판에서 지금의 아이 뭉치를 알게 되었어요. 사진 속 뭉치는 예쁘지 않은 얼굴에 덩치도 크고 귀도 짝짝이였어요. 한쪽 귀의 털은 길고 나머지 귀 털은 짧은 아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요. 하지만 임시 보호자의 품에서 보이는 행복한 표정을 보니 내 아이다 싶더라고요. 임시 보호지역도 청주라서 우리 집과 멀지 않았고요. 신랑에게 뭉치를 데려오고 싶다며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이 강아지? 못생겼는데 괜찮아?” 하고 묻더라고요. 하지만 운명이라는 것이 있는가 봅니다. 제 눈엔 이미 두꺼운 콩깍지가 씌었으니까요. 그 어떤 아이보다도 예쁘고 귀여웠는 걸요.

10월 21일은 뭉치와 만난 날입니다. 임시 보호자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녀석이었던 터라 우리 집에 와서는 한동안은 울적해하더라고요. 울적한 마음 달래줄 간식을 주니 먹고는 또 울고 먹고 울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되면서 신랑과 저 그리고 두 아이의 애정공세에 마음을 열어 준 우리 뭉치예요. 애교도 많고 음식도 골고루 잘 먹어주는 아이.

2011년 1월,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산후조리를 하느라 우리 집 막내 강아지 벨이의 산책을 석 달쯤 못 해주었어요. 그러다가 날이 풀리고 몸도 많이 회복했기에 벨이와 첫째 아이, 둘째 아이 그리고 남편까지 다섯 식구가 함께 산책에 나섰죠. 항상 다니던 길이었고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시골이라서 남편이 벨이의 목줄을 풀어주었어요. 그런데 그 순간 이 녀석이 평소엔 가지도 않던 차도를 건너 반대쪽으로 내달리지 뭐예요.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처 손써볼 틈도 없이 사고가 났고… 우리 가족은 벨이와 이별을 하게 되었어요.

배변훈련도 100%의 성공률로 실패한 적 없어요. 하지만 단 한 가지 어려움이 있다면 잘 짖는다는 거예요. 앞니가 하나 깨져 있고 콧등이 다 벗겨져있는 것으로 보았을 때 아마 사람에게 어떤 해를 당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어요. 그런 기억으로 겁이 생겨서 작은 일에도 잘 짖는가 보다 하고요. 곧 괜찮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쉽게 고쳐지진 않고 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다른 건 완벽한 아이니까요. 이것마저 잘해달라고 하는 것은 제 욕심일 것 같아서 미안하더라고요.

 

 

분명 벨이와는 다른 얼굴을 가진 뭉치인데도 신기하게 행동이 똑같아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저희 가족들은 깜짝깜짝 놀란답니다. 게다가 벨이에게 잔소리하던 버릇을 뭉치는 전혀 하질 않아요. 마치 벨이가 뭉치에게 미리 귀띔을 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엄마가 좋아하지 않는 행동은 이런 거야’라고 하면서요. 사실 우리 집 벽에는 여전히 벨이 사진이 있어요. 사진을 볼 때마다 뭉치를 곁으로 보내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잊지 않고 전하곤 해요. 우리 가족은 벨이를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아니 잊지 않아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이곳은 모두가 잠든 저녁의 캠프장이에요. 뭉치는 난로 의자에 누워 행복한 표정으로 곤히 자고 있네요. 그런 뭉치에게 ‘뭉치야 행복하니?’ 하고 물어봅니다. 대답을 할 수 없는 녀석인 걸 알지만 그래도 자꾸 물어 보게 되네요. 그리고 내가 책임져야 할 너의 행복을 지켜주고 있는지, 아직은 어린 두 아들 녀석의 장난에 힘들지는 않은지요. 그럴 때마다 뭉치에게 말하곤 해요.

“뭉치야 몇 년 만 참자. 두 형이 조금만 더 크면 세상에서 제일 든든한 네 편이 되어 줄 거야. 그리곤 뭉치를 지켜 줄 거야. 뭉치야 우리 가족은 널 정말 사랑해, 우리 곁에 와줘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이건 아주 간절한 바람인데, 오래도록 우리 곁에 머물러 주렴.”

 

 


 
위 내용은 월간 반려동물잡지 펫찌닷컴에서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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